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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사치품에서 대중의 ‘주얼리’로

오뜨다이아몬드 2008. 5. 2. 11:16
주얼리 세트 (1938-41년경) 금(18K, 14K), 백금, 이리듐,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목걸이: 17.8 X 11.8 X 1.3 cm, 귀걸이: 2.5 X 1.6 X 1.3 cm, 브로치: 3.8 X 2.5 X 1.3 cm)
미국 주얼리의 역사는 티파니와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석디자인이라하면 프랑스, 이탈리아를 최고로 치던 세상에서, 미국의 디자인과 예술성을 입증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특히 19세기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보석 주얼리가 일반 대중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티파니의 역할은 작지 않다.

6월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티파니전은 단순히 티파니라는 브랜드의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19세기말~20세기 초의 훌륭한 앤틱 주얼리의 진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앤틱 주얼리에는 역사와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할머님이 갖고 계신 장롱속 은가락지도 가격보다 그 속에 담긴 사연이 더 소중한 것처럼,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디자이너의 열정과 시대정신을 살펴보는 일이야말로 관객의 즐거움이자 기쁨이 아닐 수 없다.

1850년대에 티파니가 보여준 주얼리들은 스타일과 가격 면에서 놀라운 것이었다. 1837년 회사를 설립한 찰스 루이스 티파니는 이같은 강점을 내세워 시작한 지 반세기만에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모든 유럽의 황실과 미국 재벌 가문들의 여성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밴더빌트, 록펠러, 굴드, 위스팅하우스 등등 시대를 주름잡던 유명인사들이 모두 티파니 장부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1933년 『보그』지에 최초의 티파니 보석화보가 실린 것을 시작으로 대중적인 마케팅과 패셔너블한 주얼리 디자인은 보석 브랜드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56년 슐럼버제라는 탁월한 디자이너의 영입은 보석에 회화적이고 환상적인 디자인을 가미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티파니의 보석들은 1960년대 후반 패션화보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소품이 되었다. 현재도 웅가로, 갈리아노, 알마니까지 모든 옷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로 애용 되고 있다.

1970년대 엘사 페레티가 주도한 패션 주얼리, 1980년대 팔로마 피카소의 과감한 디자인에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던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주얼리까지, 티파니의 모험은 아직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은, 티파니의 또다른 특징이기도한, 개성 있고 환상적인 쇼케이스 디스플레이다. 티파니 디스플레이에 대한 하드케이스 화보집이 따로 나와있을 정도로 티파니 쇼케이스는 동화 속 같기도 하고 무대 디자인 같기도 한 완벽한 스토리와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도 기획뿐 아니라 보석의 케이스, 조명, 디스플레이까지 얼마나 섬세하게 신경 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주얼리도 예술이구나’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보석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귀중한 작품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됐다.


원현정 (갤러리 가인로 대표·주얼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