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소장전 (4/22~7/13, 덕수궁미술관)
1860년대부터 제작된 보석류, 시계, 기념물 등 267점이 전시되어 있는 까르띠에 소장전에서는 거의 전 시기에 걸친 까르띠에 컬렉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유럽 왕실의 보석공방으로 자리매김했던 까르띠에인만큼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쥬얼리들이 많다. [그림 2]의 의식용 목걸이는 인도 파티알라의 마하라자(王)이 온갖 진귀한 보석들을 보내 제작해달라고 요청한 작품으로,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온 상반신을 다 덮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원래 처음 만들었을 때는 234.69캐럿의 옐로우 드비어스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지만, 원 보석은 도난당하고 현재는 지르코니아로 대체하여 까르띠에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5]의 목걸이 역시 투명하고 커다란 에메랄드가 스핑크스의 눈처럼 진귀한 빛을 내뿜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까르띠에 전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은 [그림 3] 장 콕토의 검이다. 시인이자 연극인인 장 콕토가 아카데미 회원이 된 것을 기념하여 만든 검인데, 본인이 직접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디자인 감각이 정말 놀라운데, 실제로 그는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링 디자인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의 옆모습을 본따 만든 검 손잡이가 가장 인상적이다. 거기에 시인을 상징하는 리라, 연극무대 커튼을 상징하는 꼬임 무늬, 장 콕토가 늘 사용하던 별 문양까지 - 시인의 취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전시에서는 작품들의 디자인, 유리원판사진,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공방 작업대, 작업자의 사진까지 만날 수 있어 더더욱 즐겁다. 화려하고 세심한 디자인 드로잉에서도 감탄이 나지만, 손으로 밀랍을 제작하고 주물을 만들고 보석을 하나하나 박아넣는 작업을 볼 때는 존경심마저 들게 된다.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가야 하는지. 쥬얼리가 아름다운 것은 장인들의 온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티아라 (플라티늄, 다이아몬드)
[그림 2] 의식용 목걸이 (플라티늄, 다이아몬드, 지르코니아, 토파즈, 루비, 연수정, 황수정)
[그림 3] 장 콕토의 검 (금, 은,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상아, 오닉스, 에나멜, 강철 칼날)
[그림 4] 표범 브로치 (플라티늄, 백금,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그림 5] 목걸이 (플라티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그림 6] 이집트 스타일 펜던트 (플라티늄, 다이아몬드, 오닉스)
티파니 보석전 (3/28~6/8,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티파니, 발음만 해도 희한하게 마음이 떨린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웨딩 링, 반짝거리는 하트 펜던트, 쥬얼리를 담고 있는 하늘색 상자... 까르띠에가 프랑스 왕실의 클래식함을 대변한다면, 티파니는 보다 현대적인 여성들의 꿈과 로망이 아닐까. 물론 보석전에 온 작품들은 까르띠에 못지 않게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좀더 모던하고 감각적인 작품들도 눈에 띈다.
[그림 2]는 사진이 약간 아쉬운 작품인데, 연보라의 자수정과 연녹색의 네프라이트가 멋진 조화를 이루며 찰랑이는 목걸이다. 나는 심플한 디자인보다 이렇게 짜임이 있는 쥬얼리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목 뒤 연결고리까지 세심하게 보석으로 마무리를 지어놓아서, 올림머리하고 착용하면 정말 멋질 것만 같다. [그림3]의 브로치는 단 두 명만이 착용해본 작품이라 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오드리 햅번이라고 한다. (부럽다 ㅜㅜ 그런데 그녀는 정말 티파니가 잘 어울린다. 우아하고 세련된 아름다움.) 100캐럿이 넘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위에 작은 새가 살포시 앉아 있는 것이, 그야말로 예술 작품의 경지에 이른다.
[그림 1] 목걸이 (금, 백금, 다이아몬드)
[그림 2] 술 장식 목걸이 (금, 자수정, 네프라이트)
[그림 3] 바위 위에 앉은 새 브로치 (티파니 다이아몬드, 화이트 & 옐로우 다이아몬드, 루비, 금, 백금)
[그림 4]브로치 (금, 은, 다이아몬드, 진주, 에메랄드)
[그림 5] 보디스 장식 (백금, 금, 다이아몬드, 콩크 진주)
티파니 전시장 출구에는 감상평을 쓴 포스트잇들이 온 벽에 붙어 있었다. 보면서 한참 웃었다. "웨딩링 사줄 때까지는 결혼 안 할 거야!" "오빠가 돈 벌어서 웨딩링 꼭 사줄게♡" "여자친구랑 안 오길 잘했다 ㅜㅜ" 등등... 값으로 환산하면야 한숨 나오게 만드는 전시지만, 보석들의 그 찬란한 빛 내 마음으로 옮길 수 있었으니 되었다. 나도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싶어라.
* 이미지는 모두 각 전시 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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