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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못팔고 펀드는 반토막…애타는 예비부부

오뜨다이아몬드 2008. 10. 17. 16:15
[한겨레] 금융위기 '직격탄' 세례…주택대출은 꿈도 못꿔

환율·금값 올라 여행비 더내고 혼수는 커플링만


올가을 결혼을 앞둔 일부 예비 부부들이 경제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결혼 자금으로 묻어둔 펀드가 반토막이 되어 결혼식을 미루거나, 장기 불황에 대비해 아예 혼수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환율과 금값까지 치솟으면서 한 푼이라도 결혼 비용을 아끼려는 새로운 풍속도도 나타난다.

■ 펀드 반토막에 결혼 미뤄

다음달 23일 결혼을 앞둔 회사원 이아무개(34)씨는 "당장 현금 비중을 늘려 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여자 친구와 상의해 혼수를 안 하기로 했다"며 "집안 어른들은 조금 섭섭해하시지만 겉치레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이아무개(30)씨는 결혼 자금으로 수천만원을 묻어 뒀던 펀드가 올 들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씨는 "지금은 주식을 팔기도 힘든 상황이고, 대출을 끼고 전셋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금리마저 계속 오르고 있지 않느냐"며 "올해 말 결혼 날짜를 잡으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다음달 결혼 예정인 나아무개(27)씨는 "금값이 너무 올라 예물은 간단한 커플링만 하고, 양가 예단도 부모님들께 현금으로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일대 귀금속 상가의 금 시세는 지난여름만 해도 1돈(3.75그램)에 10만원(도매가 기준) 안팎이었지만 요즘은 13만원을 훌쩍 넘는다. 귀금속상 오뜨쥬얼리의 권기민 부장은 "한창 시즌인데 신혼부부 고객 수부터 예년보다 많이 줄었고, 구입해 가는 세트도 단출해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금·진주·패션 등 3개 세트를 갖추는 게 대세였는데, 요즘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진주·패션 세트를 찾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권 부장은 "금 세트도 예물보다는 재테크 차원의 구입이 많다"며 "예물을 사러 온 신혼 부부들이 패션 세트를 하네 마네 종종 말싸움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 청첩장·화보 비용도 '다이어트'

내년 1월 결혼 예정인 오아무개(28)씨는 아직까지 신혼여행 비행기표를 사지 못했다. 그는 "애초 유럽 여행비로 700만원을 예상했는데, 항공료와 환율이 크게 올라 지금 계산으로는 1천만원을 넘길 것 같다"며 "환율이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오히려 낭패를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앞다퉈 요금을 올리면서 예비 부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0월1~15일 한국소비자원에 외국여행 비용 불만 접수는 3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3건에 견줘 갑절 넘게 늘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환율 인상으로 예약 뒤 추가 요금을 물게 된 고객들의 불만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청첩장, 결혼식 화보 등 '사소한' 비용도 졸라맨다. 다음 카페 '결혼할까요'의 권의진 웨딩매니저는 "정식 청첩장은 100~150장만 찍어 어른들한테만 드리고, 동료나 친구한테는 장당 200원으로 싼 명함 청첩장을 돌린다"며 "결혼 화보도 기본이 30쪽인데 쪽수를 줄여 값을 깎아 달라는 주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