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결혼준비 TIP

결혼, 인생의 문

오뜨다이아몬드 2010. 1. 15. 16:56

어젯밤 나의 가슴은 떨리고 긴장되었으며 결혼식장에서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제야 진짜 인생을 알게 되는 거라고 축하를 건네는 사람들 속에서 내 어머니가 눈물 섞인 미소로 나에게 말한다. 아가, 꼭 오늘만큼만 같아라.


<가끔은 여정이 아름답기도 하다> 1939, 프랑스 퐁피두센터
 

사람들이 말했다. 결혼은 도 닦는 거라고.하지만 그때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 그건 다른 사람들 얘기지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좀 다른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거라는 핑크빛 꿈에 젖어 있었으니까. 15년 전 나의 결혼식 전날.엄마는 내게 씩씩하게 당부했다.

“아가, 우리 내일 결혼식장에서 울지 말고 환허게 웃자. 결혼식장서 신부랑 신부엄마랑 운 게 못 쓰겄드만, 사진도 이상허게 나오고… 근게 우리는 웃자, 좋은 날 왜 울어? 안 그려?”

그렇게 단단히 약속을 한 엄마와 나는 정말 결혼식 날 울지 않았다. 나는 사실 그전에 많이 울어서인지, 아니면 하도 경황이 없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랑 드디어 같이 살게 됐다는 기대 때문인지 눈물은커녕 좋기만 했다.
 
정말 생글생글 웃으며 결혼식을 마치고 한복으로 갈아입고 폐백실로 가려는데 누군가 나를 덥석 잡았다. 바로 엄마였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붙잡고 노려보며 말했다.

“이년아, 그렇게좋냐? 나는 너 걸어나올때부터 눈물이 쏟아져서 죽겄드만… 내가 울믄 안될거 같어서 딴 생각험서 참고, 딴데봄서 참고… 그랬고만 너는 입이 헤-벌어져서 좋아죽드만, 엄마 떠나서 시집간 게 좋냐? 좋아?”

“뭔 소리야? 엄마가 울지 말자며? 결혼사진 평생 봐야되는데 울어서 팅팅 부은 눈으로 찍으면 안된다고 웃자고 해놓고선.”
“아무리 그렸다고 너는 너무혀. 좀 서운헌척, 우는 척은 허는 것이 키워준 우리한테 예의 아녀?”

“엄마 서운했어?”
“아니... 뭐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아가, 꼭 오늘만큼만 같아라. 꼭 오늘 같은 마음으로 오늘같이 웃으며 살아라”

“뭔소리야?”
“세상이 절대 니 맘 같지 않을 것이다. 너는 시방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생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여”

그때는 몰랐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겠다. 왜 사람들이 결혼을 도 닦는 일이라고 하는지. 그리고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했던 말의 뜻을.

사람들이 말했다. 결혼은 도 닦는 거라고. 하지만 그때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왜냐? 그건 다른 사람들 얘기지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좀 다른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거라는 핑크빛 꿈에 젖어 있었으니까.

고혜정 작가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극본의 원작을 집필하였으며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내리사랑과 이를 깨달아가는 딸의 애틋한 감정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한다. 화려한 기교와 멋진 수식어보다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네 어머니를 따뜻하고 다정하게 그리는 것이 매력이다.

글 고혜정

에디터 : 이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