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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움켜쥐니( 국이중)

오뜨다이아몬드 2008. 6. 4. 11:07
글: 국이중


기사입력 : 2008년 05월 30일

춘추전국 시대 중국 정나라에 물산이 풍부하고 도학[道學]이 발달하여 백성의 생활은 평화롭고 윤택하였다. 어느 날 흥청거리는 번화한 시장의 금은보석을 파는 상점에 허우대 멀쩡한 한 젊은이가 들어섰다. 물건을 구경 하던 중 갑자기 금덩어리를 움켜쥔 그 젊은이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벌건 대낮에 인파가 붐비는 시장 안이었던 만큼 그 젊은이는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취조하는 관리가 물어 보았다. “네 어찌 잡힐 것이 뻔한데 도둑질을 했던고?” 젊은이의 대답인 즉은, “금을 움켜쥐는 순간에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더이다”

도가[道家]의 대학자 열자[列子] 설부편[說附編]에 나오는 ‘획금자 불견인’ 이라는 이야기 이다. 물욕 앞에 참으로 어리석었던 젊은이와 금을 움켜쥐고도 올곧은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인간의 속성을 경계하기 위한 성현의 가르침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경계하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탐욕이라서 화를 부르는 첩경인 욕심을 부리면서 눈이 어두워져서 자신의 행위를 애써 합리화 시키며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어리석은 군상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해서는 결코 큰 부를 이룰 수 없으며 그 종말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조차도 자신과는 관계없는 남들만의 일이라 생각하는 우[遇]를 범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표적으로 절대 신용과 절대 정직을 모토로 하는 개성상인의 상인정신이 있다면, 중국에는 대동공생[大同共生]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온주[溫州]상인이 있다할 것이다. 온주상인의 가치관을 짧은 지면에 다 소개할 수는 없겠으나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동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같은 고향 같은 업종끼리는 경쟁하지 않는다. △친구를 사귈 때도 공리성을 따진다. △자본의 집약을 위해서 온주 지분제를 활용한다. △장사 수완을 발휘해서 브랜드 창출에 전력한다.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촌철활인’ 작은 재물일지라도 사람간의 유익을 위해서 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경제에 절대적인 부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온주 상인들의 오늘이 결코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으니, 복 받을 일만 골라서 하는 그들이 어찌 잘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말[馬]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를 경계하기 위한 교훈이다. 온주상인들이 어찌어찌해서 재물을 모았다 한들 철학에 기초한 상도를 잊었다하면 어찌 오늘과 같은 영화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우리 귀금속 산업은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장기불황과 원자재 값 앙등, 급격한 제도와 환경 변화 등으로 해서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며 그 구성원들은 실로 절제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면 그 모든 위난이 거론된바 모두가 외[外]적인 요인에만 있다 할 것인가? 아마도 아니리라. 더도 말고 온주상인의 행태와 철학, 그리고 우리 구성원들의 현상을 비교해 보면 알 일이로다.

우리는 대동하여 무엇을 이루고자 함에 얼마나 노력 하였던가? 같은 업종끼리 경쟁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피 터지는 경쟁이 넌더리가 나도록 많지 아니했다고 부정하기 어려울터...) 친구를 사귈 때 공리성을 따지는 것은 사치스런 바람일 터이고 공익을 표방하는 단체들조차 공리에 얼마나 충실했던가? 자본의 집약이나 브랜드 창출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던가? 상대의 손해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해왔던가? 사람과 사회의 유익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해왔는가?

외적인 요인은 우리의 힘으로 바꾸기가 지난하다 할지라도, 거론된 내적인 요인은 마음하나 바꾸어 먹으면 간단한 일일 것도 같은데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를 일이다. “나라를 세우는 데는 천년도 모자라지만, 그것을 허무는 데는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했던가? 아! 아! 우리 산업이여! 우리 구성원들이여!

/ 본지 논설위원
전 서울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제시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