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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계

오뜨다이아몬드 2009. 3. 2. 20:23

오바마 시계

글: 김재은 본지 논설위원



기사입력 : 2009년 02월 26일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미국 역사상 흑인 최초로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Barack Hussein Obama)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는 상대 후보에 비하여 월등히 앞서는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브레들리 효과(bradley effect)’를 걱정하는가 하면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 것인가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과 연관되어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린 소식은 우리 주얼리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6, 7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지역 중에 하나가 구로공단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박봉에 청춘을 바친 우리 선배들이 공돌이 또는 공순이라는 비하된 호칭으로 불려가며 땀과 눈물을 흘렸던 구로공단은 지금까지도 무언가 모르게 천시되어왔다. 이러한 구로공단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시계회사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선물에 사용된 시계를 제작 납품하였다.

1990년에 설립된 케이엘피 코리아(주)가 그 주인공이며, 미국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제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클린턴 대통령 취임 때와 2004년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취임 때도 기념 시계를 제작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시계의 일부 핵심부품은 일본의 시티즌사의 것을 사용하기는 하였지만 세계적으로 시계의 종주국이라 여겨지던 스위스 또는 일본 등 시계산업 선진국의 유명 시계업체들을 제치고 3회 연속 세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국 대통령의 취임 기념시계를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제작 납품하였다는 점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되며, 이러한 결과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주얼리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케이엘피 코리아가 이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10여 년 간의 기간에 걸쳐 미국 행정부로부터 신뢰가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신뢰 확보가 사업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부분은 아무리 이야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재 주얼리업계의 불황이 전반적인 실물 경제의 악화로 인하여 소비가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지난 10여 년을 뒤돌아보면 주얼리산업의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려온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주얼리산업의 성장세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원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소비자로부터의 신뢰 확보에 실패하였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물품을 구매할 때는 구입하고자 하는 물품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구매하게 된다. 그러나 보석 또는 주얼리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약간 이나마 지식을 가지고 있기가 쉽지 않은 품목이다. 요즈음은 인터넷의 발달로 일부 소비자들이 보석 또는 주얼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습득할 수는 있지만, 보석 또는 주얼리제품의 특성 상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고 그들이 습득한 지식만으로는 올바른 구매 활동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일반소비자들이 보석 또는 주얼리를 구매 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가격이 아니고 본인들이 구매하는 물품에 대한 신뢰 확보이다. 즉, 보석의 진위 또는 제품을 이루고 있는 귀금속의 품위 등에 대하여 가장 불안해한다. 그러나 매스컴을 통해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국내 주얼리산업에 대한 좋지 못한 소식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의 인식은 나빠지고 국내에서 제작된 주얼리제품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헤매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부 사람들이 제안하는 방법으로 언론의 취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당장 벌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순간만을 모면하자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소비자로부터의 신뢰 확보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주의 경영 철학과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는 우리 주얼리산업을 이루고 있는 각 분야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들도 경영 철학과 신념에 대하여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의 경제 환경에서 경영자의 경영 철학이 빈약하고 올바른 신념 없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미래 없는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로공단에 위치한 한 중소시계업체가 3회 연속 미국 대통령 취임 기념시계를 당당히 자사의 이름으로 제작 납품할 수 있도록 미국 행정부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 것은 그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경영 철학과 신념의 승리이자 결실인 것이다.

/ 본지 논설위원
서울산업대학교 외래교수